일상
1986년 7월 20일 안성의 금광지 붕어 어탁
왕띵
2025. 2. 2. 00:42
1986년 7월 20일 안성의 금광지 붕어 어탁

낚시에 빠져들게한 월척급 토종 붕어다.
당시 낚시에 취미를 갖기 시작했던 형을 마지못해 따라다니기 시작한지
서너번만 뜬금없이 잡아내 준척이다.
그 날도 처음엔 그저 호기심 반, 지루함 반으로 낚싯대를 드리웠다.
어느순간 찌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더니 반 마디쯤 오르락내리락, 다시 꼬물거리기를 반복했다.
그러다 어느 순간 깔짝깔짝 움직이던 찌가 한 마디 정도 올라왔다.
피라미인가 싶어 가볍게 챔질했는데,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.
바늘이 바닥에 걸린 줄 알았다.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.
순간 핑—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미친 듯이 물속을 휘저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.
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.
형이 옆에서 “천천히, 천천히!” 하며 외쳤지만,
이미 내 안에서는 흥분과 긴장감이 뒤섞인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.
실랑이는 꽤 오래 이어졌고, 결국 녀석은 내 손 안에 들어왔다.
그 붕어는 월척급, 아니, 내게는 그 어떤 고기보다도 커 보이는 녀석이었다.
그날 이후, 나는 한동안 금광지만 내리 찾아다니며 같은 감동을 다시한번 느껴보려 했지만,
그런 덩치의 붕어를 다시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.
그래도 그날의 설렘, 물살을 가르던 찌의 움직임,
손끝으로 전해진 묵직한 저항감은 내 낚시 인생의 시작이 되었다.
오늘처럼 가끔 낚싯를 떠나고 싶을때면,
1986년 여름의 금광지가 떠오르곤 한다. 나는 오늘도 그날의 설렘을 안고 물가에 앉는 꿈을 꾼다.